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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2. 6. 05:35 - 알 수 없는 사용자

안드로이드 업데이트, 이렇게 느린 이유는?



안녕하세요! kaldaris입니다. 오늘은 지난 편에 이어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OS)에 비해 유독 느린 안드로이드 업데이트의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사진: androidbeat.com)



PC운영체제와 모바일 디바이스 운영체제의 차이점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차이점은 바로 업데이트 주기입니다. 현존하는 주요 모바일 OS로는 안드로이드, iOS와 윈도우즈폰이 있고 기존 PC 운영체제가 몇년에 한번 새로운 버전이 출시되는데 비해 이들은 길어봐야 1년에 한번꼴로 대규모 업데이트가 제공됩니다. 하지만 모바일 OS 사이에도 차이가 있으니 iOS와 윈도우즈폰을 가동하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새로운 버전의 공개와 거의 비슷한 시점에 업데이트를 받는데 비해 안드로이드 디바이스들은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은 기다려야 업데이트를 받기 시작합니다. 몇몇 소외기종들은 아예 업데이트를 받지도 못한체 지원이 끝나기도 하죠.

이러한 현상의 뒤에는 바로 안드로이드의 특성인 오픈소스화가 있습니다. 다른 OS와는 달리 구글이 개발한 "순정" 안드로이드는 OS개발을 위한 소스코드가 대중에 공개되며 이는 누구나 원하는대로 수정이 가능하며 안드로이드가 따르는 라이센스를 따른다는 가정하에 배포가 가능합니다. 안드로이드 제조사 중 가장 잘 알려진 삼성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삼성 + AOSP = 터치위즈 안드로이드

지난 편에서 말씀드렸듯이 구글이 직접 개발해 배포하는 안드로이드는 "순정" 안드로이드, 혹은 AOSP 안드로이드라 불립니다. 넥서스 디바이스에서 볼 수 있는 안드로이드가 바로 AOSP 안드로이드이죠. 넥서스 디바이스와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를 비교하면 홈화면부터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삼성은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입맛에 맞게 수정을 합니다. 간단한 모습의 파란색 계열을 이용하는 AOSP의 홀로UI 대신 갤럭시 시리즈는 좀 더 부드러워 보이는 터치위즈UI를 이용하고 멀티윈도우나 버스트샷 촬영 등 AOSP에선 없었던 기능을 추가하기도 합니다. 여기에 추가로 통신사에 묶여 판매되는 디바이스라면 통신사에서 원하는대로 통신사앱을 설치하거나 핫스팟 같은 기능을 제한하는 과정을 거쳐 마지막으로 배포되는 펌웨어가 만들어집니다.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안드로이드는 통화나 상단바의 존재 등 기본적인 요소를 제외하곤 거의 비슷한 점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운영체제로 탈바꿈 합니다.

이미 몇몇 분들은 업데이트가 느린 이유를 깨달으셨을 것입니다. 구글이 새로운 업데이트를 공개하는 시점과 제조사들이 업데이트를 제공하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바로 위에 설명드린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넥서스 디바이스의 경우 수정할 부분이 거의 없기에 발빠른 업데이트를 받을 수 있지만 그에 비해 갤럭시 시리즈는 새로운 OS의 소스코드에 대한 분석, 원하는대로 소스코드 수정 그리고 디바이스에 맞게 기능과 앱을 추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업데이트가 느려집니다. 일반적으로 플래그쉽 시리즈인 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투자해 업데이트를 제공한 후 이전 플래그쉽 디바이스들과 그 외 보급형 디바이스들을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할 수 있죠. 그렇기에 몇몇 소외기종은 아예 제대로된 업데이트를 못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느리기만 한 업데이트, 꼭 필요한가?

그럼 이렇게 느리기만 한 업데이트를 꼭 기다려 받을 필요가 있을까요? 답은 "아니다"입니다. 리눅스에 대해 아시는 분들은 아마 벌서 이유를 깨달으셨을 수도 있겠네요. 안드로이드가 기반으로 하고 있는 리눅스는 사실 운영체제가 아닌 소스코드의 모음일 뿐입니다. 여러 개발자들이 이 소스코드를 이용해 자신만의 운영체제를 개발해 배포하는데 그냥 쉽게 묶어 리눅스라 부르는 것이죠. 현재 배포 중인 리눅스기반 운영체제만 150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배포되는 운영체제를 디스트로(distro)라 부르는데 가장 잘 알려진 디스트로는 우분투(Ubuntu)입니다. 우분투는 사실 데비안(Debian)이라는 개발자용 성격이 강한 디스트로의 소스코드를 이용해 좀 더 유저지향적인 디스트로로 개발되었습니다. 그렇기에 우분투에선 데비안용 설치파일인 .deb파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역시 비슷한 형태로 구글이 개발하는 안드로이드가 데비안, 제조사들이 수정해 배포하는 버전이 우분투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APK설치파일은 두 운영체제 모두 사용가능한 "앱"인 것이죠. 하지만 리눅스 유저 중 우분투를 데비안으로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초기의 마케팅과 함께 몇몇 추가적인 가이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별개의 운영체제가 아닌 하나의 "안드로이드"로 인식될 뿐이죠. 엄격히 따지면 구글의 AOSP와 삼성의 터치위즈 안드로이드는 전혀 별개의 운영체제가 되는 것입니다.


Android Compatibility Guide

마음껏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다는 오픈소스의 특성상 기본적인 기능을 제외하곤 공통되는 부분이 없는 운영체제로 탈바꿈할 수 있는 가능성 때문에 구글은 호환성 가이드라인(Compatibility Guide)를 준비하여 이를 따르는 배포자에 "Android-compatible"이란 타이틀과 함께 플레이 스토어를 포함한 구글서비스를 탑재한 OS를 배포할 수 있도록 허락합니다. 지금은 이 타이틀의 중요성이 많이 줄었지만 초기엔 "with Google"이란 문구를 스마트폰 뒤에 새겨넣을 수 있는 엄청난 특권이였습니다. 이런 틀이 존재하기에 제조사들이 배포하는 안드로이드 역시 "안드로이드"라고 마케팅될 수 있습니다.

이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 선택도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구글이 제공하는 앱은 모두 빠지게 됩니다. 가장 잘 알려진 예가 아마존의 킨들 파이어 시리즈이죠. 아마존은 플레이 스토어를 버리고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아마존 앱스토어를 탑재해 태블릿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킨들 파이어는 미리 알고 있지 않을 경우 안드로이드인지도 모를 정도로 다른 UI를 가지고 있습니다. AOSP 소스코드를 이용해 개인개발자들이 개발하는 안드로이드 역시 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기에 플레이 스토어를 이용하기 위해선 특별히 준비된 구글앱 모음 패키지를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습니다.



버전보단 제조사 업데이트에 주목하라

데비안과 우분투의 관계처럼 새로운 AOSP 안드로이드 버전이 공개되더라도 제조사용 안드로이드에 미치는 영향은 미약합니다. 젤리빈 4.1에서 처음 소개되었던 구글나우나 킷켓 4.4에 적용된 ART 같은 '엄청난' 변화가 아닌 이상 안드로이드 버전이 바꼈다고 꼭 업데이트를 받을 이유는 없다는 말입니다. 넥서스 디바이스에는 AOSP 업데이트가 중요하지만 넥서스가 아닐 경우는 제조사에서 배포하는 버그잡이 업데이트가 훨씬 더 중요한 업데이트입니다. 새로운 버전이 공개됨에도 안드로이드 버전을 유지한체 배포되는 펌웨어 업데이트가 바로 이런 경우입니다.

물론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을 즐길 수 있다면 좋겠지만 넥서스를 구입하지 않은 이상 이는 최소 몇 주는 기다려야 하는게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버전 업은 하지 못하더라도 새로 배포되는 업데이트는 수시로 확인하고 업데이트해 쾌적한 안드로이드 경험을 하시면 좋겠네요.



이제 안드로이드 버전에 신경 쓰지 않고 스마트폰을 즐길 수 있으시면 좋겠네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위 Q&A나 댓글 기능을 이용해 주세요 :)